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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 배치, 그리고 교도대의 첫날

theleaf99 2026. 2. 6. 19:28

Canva AI. 바깥은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고 보안이 더 철저하긴 했다.

이름 하나로 시작된 자대 배치

 자대 배치는 철저히 랜덤이었다. 화면에 하나씩 이름과 부대명이 뜨고, 그 결과를 모두가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가 헌병으로 배치되는 것을 보고, 나와 같은 대대라는 점에서 헌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부대명이었다. 다른 동기들이 익숙한 숫자 조합의 헌병 부대를 받는 동안, 내 화면에는 낯선 이름 하나가 떠 있었다. USACA-K.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다음 날 선임이 올 때까지 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막연히 특이한 부대라는 생각만 들었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선임은 약간의 웃음과 함께 부대 마크를 보여주며 “이게 뭐 같냐”고 물었다. 카투사 중에서도 희귀한(!) 마크라고 하면서 설명을 덫붙여 보이는 마크는 격자무늬의 화살표와, 가운데 별이 있었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배치된 곳은 교도대, 정확히 말하면 미군 교도소를 관리하는 부대였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에는 몇 초면 충분했지만,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약간의 충격과,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이 함께 따라왔다.

두 개의 중대, 두 개의 지휘 체계

 카투사의 구조는 일반적인 육군부대와는 달랐다. 미군 소속의 교도대 중대장이 따로 있었고, 한국군 병력을 관리하는 중대장 역시 별도로 존재했다. 하나의 부대 안에 두 개의 지휘 체계가 공존하는 셈이었다. 카투사의 역할이 양쪽의 메신저가 되어 원활하게 협력이 이뤄지게 하는 가교 역할이었다. 신병이 된 나는 양쪽 중대에 얼굴을 비추며 인사를 해야 했고, 하루 종일 부대 이곳저곳을 따라다니며 구조를 익히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첫날은 적응의 연속이었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한국군의 업무이고 어디부터가 미군의 영역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다만 분명했던 건, 이곳이 내가 상상하던 ‘군대’보다 ‘회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Canva AI. 제일 많이 부른 문제가 전구 교체였다. 직원분들이 대부분 영어가 어려운 한국분들이었기 때문에 업무가 카투사 담당이었던 것

수감 시설과 첫 임무

 얼마 지나지 않아 수감 시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조용했고, 지나치게 긴장된 분위기도 아니었다. 내가 처음 맡은 임무는 수감자 관리가 아니라, 건물 관리였다. 수감 시설 내부의 전등이나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확인하고, 부대 내 군무관이나 외주 업체에 연락해 수리를 요청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이곳에 수감되는 사람들은 미군 부대 내에서 범죄에 준하는 행동을 한 군인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외형만 보고 험악하다는 인상을 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 회의에서 각자의 죄목을 접했을 때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 사람은 첫인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대 밖으로 이어지는 업무

 업무는 부대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미군 군인이 부대 밖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천안에 위치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는 식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세금으로 미군 수감자의 식사를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식재료를 따로 전달하고 요청 사항을 확인하거나 이송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 직접 방문해야 했다.

 

 평생 갈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수감 시설들을, 업무라는 이유로 드나들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낯설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군대라는 공간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Canva AI. 일주일간 교육을 받는 일정이 있었고, 아직 Building Manager 자격증 형식으로 소지하고 있다.

첫 주는 배우는 시간이었다

 물론 첫날부터 이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정한 교육 기간이 필요했고, 첫 주의 대부분은 건물 관리와 업무 절차에 대한 수업을 듣는 데에 쓰였다. 도면을 보는 법, 시설 점검 방식, 보고 체계까지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그렇게 교도대에서의 첫 주가 지나갔다. 여전히 낯설었고, 완전히 적응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이곳이 어떤 부대인지에 대한 윤곽은 조금씩 잡혀가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의 생활이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