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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전까지는 어른이 아닌 것 같은 기분

theleaf99 2026. 2. 12. 14:34

나이는 충분한데, 어른 같지는 않았던 시기

 스물이 되었을 때, 나는 부모님을 떠나 독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필리핀에서 아직 사역이 남아있으신 부모님을 두고 한국에 왔을 때,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이제 스무살이니 어른답게 살기를 원했지만, 장소와 나이만 바뀌었지,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였다. 

 

 그 때는 알바도 할줄 아는게 없어서 용돈을 받아썼다. 지금은 없는 형편에 부모님이 어떻게든 마련해서 보내주신 걸 알았지만, 당시에는 내심 당연하게 여긴 것이 부끄러워 질 때가 있다. 그마저도 대부분 친구들이랑 놀러가는데에 사용했으니, 더 한심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도,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다.

Canva AI. 택배알바, 음향, 조명, 학원, 편의점까지, 쉬운일은 없었다.

독립의 기준이 ‘돈’으로 바뀌는 순간

 군대에서는 숙식이 해결되었고, 월급도 많지는 않았지만 용돈을 사용할 정도로는 나왔다. 혹독한 훈련을 받고 나서야 스스로 판단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대에서 모은 돈을 부모님께 보내드리면서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했다고 여겼다.

 

 복학을 하고나서 알바를 시작했고,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월세와 고정 지출들이 나가니 삶의 여유는 없었다. 겨우겨우 월세와 교통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고작 10만원 정도. 한달을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은 아니었다. 

 

 장소도, 경제적으로도 독립은 했지만 학업까지 이어가기까지엔 너무 힘든 시기였다. 사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였다고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경제적 독립과 심리적 독립은 같은가

 휴학을 하고 편입을 준비하면서, 큰 형과 같이 살게 되면서 어느정도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나는 그 때도 독립했다는 생각을 가지진 못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곧 자유였고, 자유가 없이는 독립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매여있었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묘한 부담감도 쌓이게 되었다. 내 또래와 비교하고, 그것에 분노하기 보다 마음에 조용히 가라앉는 추가 되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대학에 편입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자 나는 그제서야 독립했음을 느꼈다. 형이 결혼하면서 혼자 자취방에 살기 시작하면서도 나는 독립했음에 감사했다. 드디어 어깨위의 많은 짐들을 내려놓고 스스로 서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 가운데 도움을 준 수 많은 사람들에게도 아직도 감사한다.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 그게 내가 지고 있던 짐의 정체였다. 꽃이 피기 전까지 많은 양분이 필요하듯, ‘나’라는 꽃은 너무 많은 양분을 필요하는 듯 해서 더 우울한 삶의 태도를 가지며 살았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마음에 많은 부담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꼭 경제적으로 독립해야만 심리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랬다. 

Canva AI. 다른 환경인 걸 알면서도, 어쩐지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부모 세대와 다른 속도

 제일 힘들었던 것은 부모님과의 의견이 충돌할 때였다. 당신들의 세대보다 취업이 어려워진 것도, 경쟁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꿈을 다 포기하고 일단 먹고 살아야한다고?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AI시대의 과도기에 걸쳐진 2030세대로써, 지금의 시대는 우리를 너무 헷갈리게 만든다. 발전에 가속이 붙고, 직장은 없어진다고 하고, 더 이상 사회가 우리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취업을 해야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를 해야한다. 분기별로 나오던 신기술은 이제 매달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삶의 속도도 달랐다. 다들 일찍 직장을 구하고, 결혼도 일찍하고, 아이도 일찍 낳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기엔 너무 벅찼다. 아버지가 큰 형을 낳았을 때 나는 이제야 대학교를 졸업했고, 둘째 형을 낳았던 그 땐 지금 나의 나이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길을 찾아 막 첫걸음을 옮기고 있다.

Canva AI. 어른이란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라는 말의 재정의

 이제는 나의 삶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내 행동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경험을 했고, 지식을 쌓았다. 아직도 현실보다 꿈을 우선시 하는 것을 보면 ‘어른인 척’ 하는 거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무시하지 않고 책임지리라 마음먹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을 책임지려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의 인생에 더해 자식들과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책임을 지려고 하고 계신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들이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을 책임지려고 한다. 그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 초라할지라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